역직구 '15% 관세'…K뷰티.패션, 美 시장 타격 현실로
작성일 2025.09.03 조회수 43
지난달 29일부터 미국으로 반입되는 800달러 이하의 '소액 소포'에 대한 무관세 정책이 폐지된 가운데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미국행 우편물 발송 관련 안내문이 놓여있다. 뉴시스
미국이 지난달 29일부터 800달러(약 111만원) 이하 소액 소포에 대한 면세 혜택을 폐지하면서 K뷰티·패션 등 한국 제품을 찾는 미국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의 역직구(해외 소비자의 한국제품 온라인 직접구매) 결제 시 15%의 관세가 자동 부과되면서 고성장중인 한류 제품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지 우려된다. 관련 업계는 가격 인상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할인과 프로모션 강화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무신사 글로벌은 지난달 말 시행된 미국 역직구 고객의 관세 부담을 최종 결제액에 포함해 상품 수령 시 별도의 납부 절차 없이 결제 단계에서 처리하도록 시스템을 변경했다. 또, 미국 세관의 통관 심사가 강화되면서 일부 주문 건은 배송 지연이 발생할 수 있어 현지 소비자들에게 주문 시 배송 기간을 여유 있게 잡아줄 것을 안내했다.
CJ올리브영도 글로벌 스토어를 통해 같은 방식으로 미국 고객 결제 시 15%의 관세를 반영하도록 공지했다. 컬리도 미국 전역 48시간 내 배송을 강점으로 내세운 '컬리 USA' 서비스에서 관세를 결제 시 포함하는 방안을 적용하고 있다. 컬리 관계자는 "관세 부과 이전에도 한국 내 판매가보다 몇 배 비싸게 K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품질과 트렌드에서 앞서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수요는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낙관했다.
G마켓 글로벌샵은 미국보다는 홍콩·대만·마카오 위주로 운영되고 있어 이번 정책 변화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유통업계에서는 소액 소포 관세 부과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가 장기적으로 미국 시장의 역직구 성장세를 꺾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올해 2·4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역직구) 금액은 73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늘었으며, 이 가운데 미국은 1382억원(19%)으로 중국·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을 차지한다. 업계는 주요 시장인 미국에 관세 부담이 직접 작용하는 만큼 성장세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면서도 정책 시행 초기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에 K뷰티각사는 소비자 가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프로모션과 할인 혜택을 확대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15%의 관세 부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가피하게 가격 부담이 커질 수 있어 다양한 프로모션과 할인 혜택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정책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소비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이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지만,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소비자 이탈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리브영도 "통관 절차와 관세 납부라는 추가 장벽이 생긴 만큼 판촉 강화와 상품 차별화를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식품업계는 신선식품의 검역 등 절차가 까다롭고 라면 등 가공식품은 역직구시 배송료가 더 들 수 있어 별다른 영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관세에 따른 역직구 영향은 유통업체에 영향을 주고 제조업체는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라면 업계 관계자도 "배송료 등으로 인해 해외에서 라면을 역직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관세 부과를 단기적인 변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 소비자들의 체감 부담이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K뷰티와 K푸드의 경쟁력을 흔들 정도는 아니다"라며 "조정 국면이 있더라도 길게 이어지진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출처 : 파이낸셜뉴스